2019 09 vol.119 Webzine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 웹진여성ⓔ행복한 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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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집담회 Colloquium“스쿨미투, 페미니스트 교사, 우리”

학교가 성평등에 대한 사회의 요구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학교 밖의 권력 관계나 성차별 문제, 불평등한 사회적인 관계가 그대로 반복거나 변화가 지체되고 있는 학교의 문제를 학교 안에 있는 몇 명의 페미니스트 교사와 학생들의 의지만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학교 안과 밖이 연결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학교 안 페미니스트 교사의 이야기 듣기’를 시도하기로 했다. 여기에서 시작한 동심원은 학생과 학부모와 시민이라는 다양한 주체가 각자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만큼 퍼져나갈 것이다.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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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쿨미투의 현장, 학교는 어떤 곳인가?

스쿨미투가 가시화되었을 때 학교 분위기는 어땠나
최승범 다양한 권력관계와 이해관계가 작동하는 곳이 학교이며 문제가 발생하면 덮으려는 속성이 있다. 스쿨미투가 일어났을 때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리 학교는 남고라서 저런 게 엮일 일 없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무서워서 여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나”라고 말하는 것을 종종 들었다. 대부분은 관심이 없고, 학교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로 보기보다는, ‘나는 아니다’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다.
전혜영 인기 있고 젊은 남자 교사가 수업 시간에 첫사랑 이야기를 해달라는 학생들의 요청에 자신의 다양한 성적 경험을 묘사해서 학생들이 SNS에서 문제제기를 했다. 학교에서 이 일을 알게 되었고, 그 교사가 기간제라 계약해지나 그에 준하는 조치가 이루어질거라고 생각했는데 가벼운 구두 경고로 끝났다. 그 과정에서 일부 교사들은 요즘 학생들이 얼마나 교사를 괴롭혀서 몰아갔으면 그런 이야기를 했겠느냐, 그걸 SNS에 올리는 것은 너무하다, 젊은 교사가 그런 실수는 할 수 있다는 등 해당 교사를 두둔하고 위로하는 반응을 보였다.
스쿨미투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하나
최한솔 학생들에 주목해야 한다. 학생들의 인권감수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특히 여학생들의 성인지감수성은 놀라울 정도이다. 분노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더라. 청소년들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세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우혁 학교는 성폭력 신고와 피해 호소를 학생에게만 부담시켜서는 안된다. 학교는 성폭력 예방과 감시, 적극적 해결기구가 되어야 한다.

2 학교 안에서 페미니스트 교사는 어떤 존재인가

어떤 계기를 통해 페미니트스임을 드러내게 되었나
최한솔 학생 신분일 때는 뭐든지 열심히 하면 다 잘 될거라고 배웠는데, 학교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니 그렇지 않더라. 주변 남자동료들한테 내가 동료교사라기보다는 20대 여성으로 인식되는 현실, 학생들이 즐겨 듣는 아이돌가수 뮤직비디오에서 교사가 성적 대상화되는 상황 등에서 나 자신의 인권을 격렬히 변호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 학기 초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툭 나와 버렸다. “내가 성평등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선생님인데, 너희가 대중매체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면 안 될 것 같다”그렇게 해서 페미니스트 교사로 알려지게 되었다.
김미연 중학교에서 가정과를 담당하고 있다. 가정 교과의 특성 상 페미니즘 요소가 많이 있다. 예를 들어서 건강한 식생활이나 다이어트 관련 수업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건강함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는가, 20~30대 식이장애 환자 비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거기에서부터 자유로울까,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다. 또 옷차림에 대해 배울 때도 어떻게 입으면 날씬해 보이는지, 이런 식으로 교과서가 되어 있지만 이것을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보다는 권력을 갖는 사람의 꾸밈과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꾸밈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여성의 의복과 남성의 의복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 안에 미적 기능과 노동을 위한 기능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함께 이야기한다. 이런 것들을 녹여서 수업하다 보니 말하지 않아도 학생들은 페미니즘 수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학생, 동료교사, 학부모와 페미니스트 교사 사이는 어떤가
전혜영 최근 회식 자리에서 어떤 남교사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언쟁을 한 적이 있는데 내가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 그때 함께 있던 여러 교사들이 나의 편에서 그 남교사를 탓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최근 많은 교사들이 페미니즘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또 페미니스트라고 정체성을 드러내는 교사들이 늘어나면서 예전과 달리 누군가와 같이 싸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우혁 저는 치마 입고 학교에 출근한 적이 있다.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수업을 많이 하는데, 내가 직접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는 것을 삶에서 보여줘야겠다 싶어 치마를 입고 출근했다. 그날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한테 차례로 불려갔고 주변 선생님들께도 걱정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은 학교에서는 입지 않고, 평소 가끔 입고 다닌다. 학부모한테서 문자가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거 왜 가르치느냐는 항의는 전혀 없고,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이다.

3 학교 안 남자들의 이야기

남성만의 리그는 학교에서는 어떻게 존재하며 유지되고 있나
최승범 교장, 교감으로 승진하기 위해 꼭 거쳐야하는 주요업무라는 것이 있는데, 그런 일은 대체로 여자선생님들한테 안 준다. 남자 선생님들이 왜 우리만 힘든 일을 해야 되냐라는 불만을 가지고 있는데, 나중에 그들끼리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학교의 중요한 정책들이 술자리에서 많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 자리에서 형, 동생 문화가 피어난다. 그런 끈끈한 관계가 누군가 잘못했거나, 도덕적으로 물의를 일으켰을 때 감싸주는 데에 쓰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우혁 교육대학교를 나왔는데, 그때 남자모임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초등학교에 출근하고 나서도 역시 남자모임이 있어 남자라는 이유로 자동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남자 단톡방도 있고 남자 회식도 있는데, 온갖 여성혐오 발언들이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오는 곳이다. 남자들의 단톡방은 어디에나 있는데, 남자가 80명, 여자 4명인 학과에서도 남자들끼리의 단톡방이 있다고 하더라. 여자 앞에서 못하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여자 앞에서 못하는 행동들을 하기 위해서 모인 것이 아닐까. 명백한 배제와 차별이 존재하는 그 모임을 탈퇴한 상태이다.

4 학교 안 여자들의 이야기

학교 내에서의 여성 교사의 위치는 어디인가
김미연 남교사-남학생-여교사-여학생의 순서라고 볼 수 있다. 저는 상대적으로 교사 집단 내에서는 젊은 여자 교사라서 권력 관계에서 가장 하위권이다. 경력이 있으신 여자 선생님들은 저랑 비슷한 저경력 남자 선생님한테는 불만을 제기하지 않지만 저경력 여자 선생님에게는 수업 중에 문을 열고 들어가서 조용히 좀 시키라고,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혼내듯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 우리 학교에서 한 남학생이 교무실에 영구출입 금지가 되었는데, 교감선생님한테 포르노에 나오는 일본어를 지속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남학생들에게 여교사는 또다른 성희롱의 대상이다.
남교사와 남학생의 연대를 지지해주는 한 축이 잘못된 학교 성교육 아닌가
전혜영 학생들 간 데이트폭력 사례가 있었다. 이성교제를 한 남학생은 평소 굉장히 모범적인 학생이다. 그런데 이성교제 이후 남학생이 자해행동을 해서 교사들은 남학생을 많이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남학생이 여학생한테 데이트 폭력을 하고 있었다. 여학생이 헤어지자고 하면 자해한 다음에 보여주면서 협박을 한다든지, 자살을 하겠다고 여학생을 건물 상가 옥상으로 부르고 문을 잠그기도 했다. 사귀는 과정에서 여학생의 SNS를 확인하고 통제하기도 했다. 이것은 명백한 데이트 폭력이고 피해 여학생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인데, 선생님들 중 어떤 분도 이것이 데이트폭력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 여학생을 불러다가 “네가 그 남학생과 헤어져라. 그리고 그 남학생의 감정을 자극해서 자해하지 않도록 네가 잘 다독여라” 그런 식으로 대처했다. 보호를 받아야하는 피해학생에게 보호는커녕 오히려 이중의 고통을 준 것이다. 지금 네가 당하고 있는 것이 데이트 폭력이라는 것을 어떤 교사도 알려주지 않고 보호해주지도 않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5 학교 안과 밖이 어떻게 연결 또는 단절되고 있는가?

다양한 관계가 중층적으로 얽혀있는 학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김미연 이제 2년차인 제가 학교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이 무력감이다. 제가 아무리 이야기하고 준비한다고 해도 꼼짝하지 않는 교사집단 내 권력 관계와 불평등한 의사결정 구조 같은 것들이 너무 숨막히고 힘들었다. 변화는 저 혼자 힘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연대해 달라. 저도 제 자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을 해 나가겠다.
최승범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선생님들한테 먼저 상의하기를 바라는데,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집에서 부모님한테도 이야기를 못하는 것 같다. 자신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들어주고 긍정적으로 지지해주는 어른이 없다고 느낀다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청소년을 교복 입은 시민으로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청소년들도 그런 지지를 받을 때 조금 더 주체적으로 행동하지 않을까.
이우혁 모든 인간관계를 권력관계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권력자가 ‘내가 권력을 가진 사람이구나’라고 인식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아는 것이 평등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성범죄는 더 그렇다. 강자에게 더 엄격했으면 좋겠다.
전혜영 ‘저 나이에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지?’반성할 만큼, 학교 현장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훌륭하다. 특히 여학생들은 굉장히 지적이고 도덕성도 훌륭하다. 그 학생들과 현장에서 소통하면서 기쁘고,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약간 가슴 벅차기도 한 상황들을 많이 겪었다. 이 자리에는 어딘가에서 각개전투하고 있었던 분들이 오셨을 것 같다. 용기를 얻고, 학생들과 많은 교사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가셨으면 좋겠다.
최한솔 요즘 애들 버릇없다는 말이 늘 있었지만, 요즘 애들이 문제제기 하고 그랬기 때문에 사회가 바뀌어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들과 같은 조력자가 곳곳에 있다는 것을 알려 달라.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카르텔을 공고화 하고 그것을 철저히 활용하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서로가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를 드러내어야 한다. 그래야 알아보고 서로 도울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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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 자유발언
1020 여성들이 페미니즘이나 차별에 대한 관심을 안전하게 목소리 낼 공간이 없다. 연대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 공감하고, 시민단체와 학교 현장의 사람들과 같이 만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바깥에서는 교사들의 모임은 폐쇄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페미니즘 교사들이 있는지, 모임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교육청에 근무하고 있는 교사다. 강원도내 특수학교의 사건들이 있었다. 6년 동안 피해가 있었지만, 아이들은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사랑과 성폭력의 차이를 정확히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현장에서는 다양한 과목에서 각각 성평등 교육을 진행한다. 담당교사가 교과과정에서 연계한 성평등교육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학내에서 발생한 성차별 문제, 청소년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고 불평등 문제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강원도 청소년 인권조례 통과가 필요하다. 학교민주주의가 답이다. 그리고 학교 운영위원회에 학생이 참여하는 것 필요하다. 현재는 권고사항인데, 의무조항으로 넣어야 한다.
학교를 다니며 느꼈던 혐오 불평등이 많았는데 바꾸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나의 활동을 지지해줄 사람이 많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 무력감을 해소하는 자리가 되었다.
문제를 알았지만 말할 용기가 없었다. 이제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과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스쿨미투 관련해 학교 밖에서만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고, 안에서만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는 알게 되었다. 연대가 필요하다. 그리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의 가능성이 느껴졌다.

집담회 이후 평가회의(2019.8.8)를 통해 집담회의 성과와 한계, 추후 활동을 논의하였다. 페미니스트 교사는 공적 공간에서 안전하게 자신들의 활동과 고민을 이야기하고 이에 대해 공감하고 지지하는 그룹을 확인하게 되어 그 동안의 활동을 인정받는 느낌을 받았으며 향후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고 하였다. 학교 밖 참여자들은 학교 안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선명하게 알게 되었으며 이것이 학교 밖의 세계와 연결된 문제임을 확인함과 아울러 페미니스트 교사와 연대하기 위한 활동을 계획하고, 성평등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시민 사회 및 언론의 역할과 할 일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하였다. 앞으로 지역사회의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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