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 웹진여성ⓔ행복한 강원

○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장기요양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된지 10년이 넘었음.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목욕이나 집안일 등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신체활동･가사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노후 생활의 안정과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사회보험제도임. 특히 강원도는 2006년 강릉에서 65세 이상 기초생활보장 수급노인들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하여 제도의 도입과 안착이 오래된 지역 중 하나임.

○ 본고는 강원도의 장기요양서비스 현황을 개괄하고, 장기요양서비스를 담당하는 요양보호사의 면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장기요양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장기요양보호사의 권익보호 방안을 제안하고자 함.

65세 강원도 노인 8.5% 장기요양서비스 이용

○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65세 이상의 노인 및 노인성 질환을 가진 64세 이하 국민으로 장기요양등급판정위원회에서 1-5등급 판정을 받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음. 2017년 기준 도내 65세 이상 의료보장 적용인구는 277,367명이며, 장기요양등급판정위원회에서 장기요양서비스 이용 판정을 받은 1-5등급 인구는 23,589명으로 이는 65세 이상 의료보장 적용인구의 8.5%에 달함. 특히 여성노인은 10명 중 1명이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음.

장기요양서비스의 75.1%는 민간영역에서 담당

○ 2017년 기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주체인 장기요양기관은 전체 20,377개소 중 1%에 불과(재가 0.7%, 시설 1.9%)함. 강원도 역시 지방자치단체가 설립주체인 장기요양기관은 1.3%이며, 전체 장기요양기관 770개소 중 578개소가 개인시설임.

○ 2017년 현재 도내 장기요양기관에 근무하는 전문인력은 13.670명이고, 이중 87.3%(11,937명)이 요양보호사임.

좋은돌봄을 위해서는 요양보호사의 돌봄노동에 대한 존중이 필요

○ 장기요양서비스는 과거 가족 내에서 어머니, 딸, 며느리가 맡았던 노인돌봄에 대해 사회적·국가적 책임을 인정하고, 돌봄 문제가 개인 혹은 개별 가족의 영역을 넘어 사회정의 또는 윤리의 문제라는 공감대에서 시작되었음. 장기요양서비스의 시작으로 이전에 가족 내 여성들이 담당하던 노인돌봄은 지역사회 중고령 여성들이 ‘요양보호사’ 자격으로 공공영역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변해왔음.

○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장기요양서비스의 수요 및 종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 장기요양서비스의 성장을 위해 노인돌봄을 민간영역에서 담당하면서 시장화의 폐해로 인한 공공성 훼손(석재은, 2017)등에 대한 비판과 함께 요양보호사의 낮은 처우와 열악한 근무환경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음.

○ 장기요양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좋은 돌봄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돌봄제공자와 돌봄수급자 간의 상호신뢰와 존중에 기반한 원활한 상호작용 속에서 가능함(석재은, 2014). 하지만 현재 민간의 의존도가 높은 장기요양서비스는 민간기관들의 과당경쟁을 유발하고 있음. 그리고 이러한 경쟁 속에서 직접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요양보호사의 낮은 급여수준, 경력 미인정, 산재 적용의 어려움, 사회보험과 퇴직금의 사각지대, 인건비 가이드라인의 비현실적 적용 등 열악한 근무환경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음. 이는 젊고 질 좋은 인력 수급의 어려움, 요양보호사의 잦은 이직으로 이어져 공급부족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음(허남재, 2018).

○ 돌봄관계가 시장논리에 지배를 받게 되면, 각자 투입대비 최대한의 성과를 얻으려는 ‘효율논리’가 지배하게 됨. 따라서 돌봄제공자의 입장에서는 가격보상 대비 작은 투입을, 수급자 입장에서는 가능한 투자대비 많은 산출이라는 각자의 입장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거두려는 과정에 서로 간에 남용(abuse)이 발생하게 됨. 따라서 돌봄관계에 시장논리가 침투하여 지배하지 못하도록 공공역역에서 서비스 공급체계와 모델에 대한 더욱 고민이 필요함(석재은, 2014).

○ 이에 중앙정부는 노인·아동 돌봄과 같은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특수법인(공익법인)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서비스원’을 추진하고 있음. 사회서비스원은 서울, 대구, 경기, 경남 4개소가 2019년 시범사업으로 설립되었으며, 강원도 역시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준비하고 있음.

○ 이와 더불어 좋은 돌봄을 위해서는 돌봄제공자의 근로여건 개선이 필수적임. 근로여건에는 경제적 보상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돌봄제공자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인정에 따른 정신적 보상도 매우 중요함(석재은, 2014). 따라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제공자에 대한 ‘돌봄’에 대해 고민해야 할 중요한 시점임.

노인돌봄종사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정책제안

○ 요양보호사의 업무범위 및 표준근로계약서·급여명세서 마련

요양보호사들은 스스로를 ‘정부에서 공인한 파출부’라고 표현함. ‘김장’, ‘돌봄수급자 가족을 위한 빨래, 청소 등의 가사노동’, ‘텃밭 가꾸기’, ‘요양보호사의 자차를 이동수단으로 제공’ 등 요양보호사들은 돌봄수급자를 위한 돌봄과 가사노동 외 다양한 서비스를 요구받고 있으며, 이러한 서비스는 지역의 여타 민관기관과의 경쟁 속에서 묵인되고 있음.

요양보호사의 업무범위 외 요구에 대해 거부할 수 있도록 업무범위를 명시한 지자체 차원의 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수급자에게 교육 및 배포하는 것을 제안함. 또한 요양보호사 스스로 자신의 급여체계와 노동권리를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동시에 표준근로계약서 및 표준급여명세서 마련이 필요함.

○ 요양보호사 대상 무료 예방접종 및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기구 지원

직접 돌봄수급자와 면대면으로 돌봄노동을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의 경우 독감 등 전염성 질환에 대한 예방이 필수임. 하지만 현재 도내 시설 및 재가 요양보호사의 예방접종에 대한 지원은 전무한 상황임. 서울시의 경우 올해부터 장기요양기관에서 일하는 만 64세 이하 요양보호사의 독감예방접종을 연 1회 지원하고 있음.

또한 요양원의 경우 와병노인들이 많아 이들의 목욕, 산책 등의 케어를 위해 노인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요양보호사들은 근골격질환에 노출되기 쉬움. 따라서 요양보호사의 근골격질환을 예방하고 근로환경 개선하기 위해 와병노인의 이동을 돕는 기구를 요양원에 보급하는 것을 제안함.

○ 요양보호사 힐링캠프 및 소모임 지원

도내 요양보호사 면접 결과 요양보호사들은 스스로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지만, 사회적으로는 돌봄노동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함. 돌봄노동이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요양보호사는 노동 과정에서의 고충, 스트레스 등을 주변 지인과 이야기 나누며 해소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었음. 따라서 돌봄노동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돌봄노동자가 존중받는 장(場)을 마련할 필요가 있음.

요양보호사 각자의 일 경험을 나누고, 고충상담 및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공간 및 네트워크에 대한 지원을 제안함. 이를 위해 서울시에서는 권역별로 어르신돌봄종사자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돌봄종사자 쉼터를 마련하는 등 요양보호사 돌봄을 지원하고 있음. 인구밀도가 낮은 강원도의 특성상 권역별 지원센터 설립이 어렵다면,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힐링캠프나 소모임 지원 등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모임을 지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을 제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