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6 vol.128 Web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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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디지털 성착취 범죄의 심각성과 지역사회의 역할

춘천여성민우회 대표 / 정윤경
사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사회적 변화에 따른 또 다른 형태의 강간문화를 보여주는 디지털 성착취 범죄이다. 성범죄의 공간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갔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연령은 10대들로 더 낮아졌다. 우리 사회의 성차별과 남성중심 문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강간문화와 성착취 구조가 그들을 키워냈다. 우리 사회가 온라인 공간에서 어떻게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지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의 성착취가 어떻게 다시 오프라인에서의 성착취, 성매매로 이어지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들이다.

강원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월 성착취물 공유방의 시초인 텔레그램 'n번방'을 모방한 '제2 n번방'을 운영하면서 여중생 등을 협박해 성을 착취한 로리대장 태범, 배모씨의 재판이 춘천법원에서 열리고 있었을 때에도 또 다른 디지털 성착취 사건은 도내 뉴스에서 연일 보도되고 있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역사회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 생각하니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지역사회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에 대해 몇 가지 정리해 보았다.

온라인 성착취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 피해자 보호 그리고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올바른 성인지 관점에서 만들어진 포괄적 성교육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포괄적 성교육이란 인권과 성평등에 기반한 섹슈얼리티 교육을 뜻한다. 국제인권법 사회권 규약은 포괄적 성교육을 권고하고 있다.

기존의 성교육은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드러낼 수 없게 하고, 남자 아동·청소년에게는 자신의 성욕과 이를 해소하려는 욕구가 정당한 권리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들었다. 가해자가 되지 않는 것,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와 강간문화 및 성착취 구조를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것, 통념에 의해 피해자를 탓하지 않는 것, 그리고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스스로의 성적 자기결정능력을 키우는 것 모두를 포괄한 성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불어 우리 사회에서 아동·청소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획기적으로 전환됨으로써, 아동을 성매수 범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심각하고 악랄한 범죄이고 아동 성학대이자 성착취라는 사회적 인식 또한 확대되어야 한다.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다른 범죄들과 마찬가지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한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하겠다.

그동안 온라인 성폭력의 문제를 소홀히 여기고 간과해왔던 우리 사회의 ‘방조’를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앞으로 이어질 디지털 성착취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재판 모니터링 등을 통해 지역 공동체가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지지하고 있음을, 가해자에게는 솜방망이가 아닌 엄중한 처벌이 내려짐을 끝까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할 것이다.

이제는 디지털 성착취 사건이 기존의 남성 권력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듯,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라는 듯 “요즘 애들 참 안타깝다, 이상하다, 무섭다.”라고 한발 물러서서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이런 구조들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모두가 앞장서서 끊고 바꿔나가자. ‘일상에서 마주한 여성혐오 문화를 해결하지 못한 기성세대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징하게 인식하자.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전후로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 희망은 없다. 디지털 성범죄를 일상에서 사라지도록 뿌리 뽑기 위한 행동과 연대는 성평등하고 안전한 공동체를 만드는 중요한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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