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8 vol.130 Web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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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기후위기와 코로나19, 그리고 젠더

젠더앤리더십 대표, 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 / 김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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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세에서 인류세로

오존층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파울 크뤼천은 우리가 신생대 마지막 지질시대인 ‘홀로세’에서 ‘인류세(Anthropocene)’로 넘어왔다고 했다. ‘홀로세’는 자연과 인류가 조화롭고 지구가 다양성이 가득한 생명체들로 넘쳐나는 ‘완전한 시대’를 뜻한다. 반면, ‘인류세’는 인간이 지구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이 자연의 힘을 능가하는 시대를 말한다. 인간이 각종 기술을 동원하여 지구를 망가뜨려 우주생태계의 자기조절 기능을 훼손해 왔기 때문이다. 인간은 지구상에 서식하는 수많은 생물종의 하나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자만과 탐욕으로 생명체의 공동 서식지인 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원을 낭비해왔다. 그 결과, 지구에 서식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종들에게 심각한 실존적 위기인 기후위기와 맞닥뜨렸다.

기후위기와 코로나, 젠더

지구촌 곳곳의 극심한 폭염과 홍수, 한반도의 84%에 버금가는 면적을 불태운 호주 산불, 그리고 지금 전 세계를 위협하는 코로나19 등은 모두 기후위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 세계 상위 10% 계층이 전체 탄소배출량의 45%를, 하위 50% 계층이 13%를 배출하지만, 기후위기의 영향은 하위 계층에 더 크다. 특히 기후위기의 부정적인 영향은 빈곤인구의 70%를 이루는 여성에게 더 클 것으로 예측된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더 빈곤하고 사회적·경제적 지위도 낮기 때문에 기후위기에 대처하는데 필요한 정보나 교육 기회, 시간, 경제력 등에서 불리하다.

농업의 측면에서 보면, 기후변화로 인해 토양침식과 유실, 가뭄과 물 부족 등이 따르고 농작물 재배선이 변화한다. 국내 농업노동의 53%를 담당하는 여성농업인 대부분은 연로하고 기술과 자원이 부족하여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더 어려울 수 있다. 흉작으로 식량 가격이 폭등하면 대부분의 가족에서 먹거리를 조달하는 여성의 고통이 크다.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재난과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쓰나미에서 여성과 어린이의 사망률은 남성의 14배나 높았다고 한다. 여성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는 여성이 수영을 배우지 못하고 이동권이 제한된다. 기후 난민의 80%를 이루는 여성들은 생리 등 보건 이슈에 취약하고 성폭력을 비롯한 각종 폭력에 노출된다.

보건 측면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과 대기오염이 심하고 해충이나 전염병, 풍토병이 창궐할 수 있다.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성 질병은 임신한 여성에게 특히 더 치명적이다. 2017년 폭염 관련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여성(53.5%)이 남성(46.5%)보다 많았다. 2003년 유럽에서는 사상 최고의 폭염으로 7만 명이 사망했는데, 여성의 사망률이 남성보다 높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원인으로 생태계의 파괴와 기후변화를 꼽는다. 사람들이 야생동물을 잡아먹고, 관광을 위해 박쥐동굴에 들어가고 숲을 파괴하며 목재를 실어 나른다. 이를 통해 원래 야생동물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왔다. 코로나의 영향력 역시 이미 존재하는 인종과 젠더, 계급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휴교와 자가격리로 인해 여성의 돌봄과 가사노동 부담이 늘고 가정폭력도 증가했다. 워킹맘의 52%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국내외 조사 모두에서 코로나 우울은 남성보다는 여성, 젊은 층에서 더 높았다. 보건의료 노동자의 75% 이상을 이루는 여성들은 감염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여성의 일자리가 먼저 사라졌다. 요양/돌봄/급식/청소/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40~60대 여성의 해고가 급증했고, 교육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고용 감소율은 여성의 70%로 남성 31%보다 높았다. 2월 한 달 동안 급증한 일시 휴직자 중 여성은 62.8%였다.

팬데믹 시대의 전환

많은 이들이 코로나는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이며, 종식 되더라도 유사한 다른 바이러스가 출현할 것이므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코로나는 국가 간 광란의 이동과 무역을 휴지시켰고, 가게의 문을 닫고 일을 멈추게 했다. 그러나 삶과 생명을 지탱하는 ‘돌봄’은 멈출 수 없었다. 돌봄을 기초로 공동체에 안전망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복지, 안전, 건강이 사회정책의 우선 목표여야 한다. 글로벌 자본주의를 성찰해야 한다. “미친 물류”와 “과잉 무역”을 줄여야 한다. GDP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제는 수단일 뿐인데, 목적이 되었고 무조건적으로 ‘성장’해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했지만 이제 ‘성장’보다 ‘삶의 질’을 고민해야 한다. 재생농업을 확대하고 필요를 최대한 지역에서 충족시키는 경제의 지역화를 서둘러야 한다.

끝으로 기후위기의 근인은 자연을 인간의 목적에 따라 착취하고 남용할 수 있다고 보는 인간중심의 세계관, 가부장적 산업자본주의와 경쟁적인 개발지상주의 등이라고 본다. 생태신학자이며 문화사학자 故토마스 베리 신부님은 (생태계의 파괴를 가져 온) “서구 문명의 전체 과정이 가부장제에 의해 손상된 것”으로 보았다. 그는 생태적 전환을 이루는데 가부장제에 억눌렸던 자발성과 민주성, 관계성, 양육하는 성질 등이 관건이라고 보고 생태여성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경제적 성장 모델 하에 기술혁신에 집착하는 기후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가치관으로 삶의 방식을 재창조하고 실천하고 과잉생산을 벗어나고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 이러한 전환 과정에 여성의 관점을 통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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