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1 vol.135 Web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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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리멤버 : 2020년을 살아낸 여성들

강원도 여성가족연구원 원장서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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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정동진에서, 속초 동명항에서 붉은 해가 솟았다. 모두가 새해에는 계획을 세우고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2021년 새해는 다르다. 우리의 일상은 달라졌다. 공연장의 감동과 스포츠 경기장에서의 환호, 친밀한 지인과의 교제 공간이, 시간이 사라졌다. 2020년 정치경제적으로 중요한 변화가 있었고 적지 않은 사회문제도 발생했지만 우리 모두가 코로나19 확진자수에 마음 졸이는 사이 간과되거나 사라졌다. 특히 여성이슈가 그렇다. 2021년 새해에는 희망으로 채워가는 계획과 전망 대신에 2020년 코로나19 위기를 살아낸 여성들을 기억하고자 한다.

첫 번째 기억해야할 여성들이 있다. 일자리 현장의 여성들이다. 노동시장 주변부에 위치한 수많은 여성들이 정리해고를 당하거나 무급휴직을 강요당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강화되었고 서비스·판매직종, 영세자영업자들의 휴·폐업이 잇달았다. 2020년 상반기부터 50대 여성실업자 비중이 급증했고 9월에는 여성 취업자 감소폭이 남성의 3배를 웃돌았다.

두 번째 기억해야할 여성들이 있다. 코로나 방역과 의료현장에서, 각종 시설에서 돌봄의 현장을 지키는 여성들이다. 요양보호사, 간호사, 아이돌보미, 교사, 사회복지사 등의 이름으로 팬데믹 위기 속 한층 취약해진 대상을 보살폈다. 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의 극한 치료현장에서 지쳐 쓰러져가도 ‘가족처럼 돌보자’는 손가락 글씨를 쓰며 서로 격려하고 버텨냈다. 가정에서 돌봄의 큰 공백을 온전히 채우는 것도 여성의 역할이었다.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이 실시한 『2020년 강원도 가족실태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자녀의 미디어·스마트론 사용시간이 늘어났고 가계지출도 증가하여 돌봄부담이 커졌다고 응답했다.

세 번째 젠더폭력 현장의 여성들을 기억한다. 2020년 3월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한 영상을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돈을 받고 유통해온 ‘n번방’사건은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1999년 개설된 소라넷부터 2018년‘미투(Me Too)운동’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은 끊임없이 불법촬영 성착취 영상물을 고발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범죄 가해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n번방’사건을 키웠다고 여겨진다. 이 사건은 일단 종결되었지만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여성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처음으로 이 사건을 세상에 밝힌 추적단 ‘불꽃’은 자랑스럽게도 강원도의 청년여성이다. 2019년 7월 취준생이던 두 명의 여대생은 디지털 공모전을 준비하다가 추적단 ‘불꽃’활동을 시작했다. ‘n번방’의 존재를 확인하고 신고한 후 불꽃은 2020년 3월 조주빈과 갓갓의 검거를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말했다. “우리는 평범하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이들의 응원을 통해서 알게 됐어요. 우리가 비범한 일을 했다는 것을”

언제나 역사는 그래왔듯이 절망의 현장에서 희망은 피어오른다. 전쟁의 폐허에서 영웅은 등장하는 법이다. 2020년 일자리, 돌봄, 젠더폭력의 현장에서 절망하고 아팠지만 스스로를 지켜낸 여성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낡아서 쓰지 않던 구호 하나를 2021년 벽두에 새로 꺼내 크게 외쳐본다. “여성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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