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북경여성대회에서는 남녀평등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으로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개념을 공식적으로 채택하였으며, 성별영향평가와 함께 성인지 예산제도는 성주류화의 핵심 도구로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성인지 예산제도는 성주류화 전략을 예산과정에 적용하는 것으로, 1990년대 중반이후 급속하게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우리나라는 2010년 「국가재정법」에 근거하여 중앙정부가 성인지 예산서를 작성하기 시작하였고, 지방자치단체는「지방재정법」에 근거하여 2013년부터 성인지 예산서를 작성·제출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성인지 예산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단순히 여성만을 위해 편성하는 정책이나 예산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성인지 예산이란 예산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효과를 미리 고려하여 자원이 성 평등한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예산의 배분구조와 규칙을 변화시키려는 일련의 활동이자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김영옥 외, 2007). 즉 성인지예산서는 예산이 어느 한 성에 편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정책과정 전반에 성인지적 관점이 제대로 반영되었는가를 살펴 볼 수 있는 예산자료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강원도에서 작성되고 있는 성인지예산서를 분석하여 이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강원도는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총 849개 사업에 대해 성인지예산서를 작성하였으며, 2021년 강원도 본청은 109개 사업을 대상으로 성인지예산 313,865백만 원에 대해 분석하였다.
[그림 1]강원도 성인지예산 편성 현황
자료 : 강원도 성인지예산서(2014-2020)
성인지예산서는 예산의 규모, 대상사업의 수, 성인지적 분석의 적절성 등이 모두 중요하다. 성인지예산액의 규모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예산이 큰 사업이나 파급효과가 큰 사업에 대해 이루어지는 사전 검토 차원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두는 것이며, 대상사업 수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대상사업을 분석함으로서 다수의 사업이 성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점검한다는 차원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2020년 강원도는 성인지 예산비율이 다른 광역자치단체와의 비교에서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하였다.
[그림2]2020년도 광역자치단체별 성인지 예산 규모
그러나 자치단체 간의 성인지예산규모의 단순 비교는 국비사업 등 예산규모가 큰 사업을 다수 선정하여 예산규모를 확대하는 등 성인지적 성과목표 달성이나 예산배정의 균형 등 성인지예산서의 근본 목적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성 형평성에 입각한 성인지예산 대상과제의 예산규모와 과제수 확대는 성인지예산 실효성을 높이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
성인지예산서의 대상사업 확대만큼 중요한 것은 성인지 예산제도의 목적인 예산의 성평등이나 성형평성 개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지속적으로 성인지예산서 대상과제로 선정된 총9개 과제의 7년간 예산규모와 여성수혜율 변화추이를 살펴보았다. 대상과제는 청소년 동반자 프로그램 운영, 경력단절여성 취업지원, 공무원 교육훈련 운영, 노숙인 등 복지지원, 성매매피해자 지원시설 및 상담소 운영, 아이돌봄 지원사업, 의용소방대 운영활성화, 핵심리더과정 운영,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지원사업 등이다.
이들 9개 연속과제를 분석한 결과 첫째, 청소년 동반자 프로그램 운영과 같이 지속적으로 성과목표가 증가하여 여성수혜율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사업이 있는가 하면 둘째, 노숙인 등 복지지원사업 등과 같이 여성수혜율 등 성과의 변화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 사업들이 있으며, 셋째, 성매매 피해자 지원사업과 같이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여 수혜율이 변화를 꾀할 수 없는 사업으로 예산 증가도 없이 형식적이고 반복적으로 분석되는 사업들이 있었다.
이를 통해 파악한 문제는 성인지예산서를 지속적으로 작성한다고 해도 형식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성인지예산제도에 대한 강원도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를 정리하면, 전체 응답자 164명 중 성인지예산서 작성 경험이 있는 경우는 43.9%로 나타났고, 성별영향평가 경험이 있는 경우는 39.3%로 나타났다. 성별영향평가 경험이 있거나 여성정책업무 경험이 있는 대상자의 경우 성인지예산서도 작성했다는 응답이 60%를 넘었고, 이들은 성주류화 제도의 정착을 위한 네트워크나 모니터링 등 외부와의 협력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성주류화 제도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성인지예산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 성 주류화 제도들의 연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성 주류화 제도들에 의한 업무가 특정사업이나 특정 분야, 일부 공무원에게 집중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볼 수 있다.
한편, 전반적으로 성인지예산서를 작성함에 있어 공무원들은 각각의 지표에 대한 이해도는 높지 않았으며, 성별 수혜분석, 성별 격차 원인 분석, 성과목표 작성,성평등 기대효과 작성에 있어서 이해하고 있다는 응답은 모두 20% 이하로 지표 이해 정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성인지예산제도 시행이 예산편성에 반영되고, 성차별을 개선하는데 긍정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은 44,5%으로, 제도 효과에 대한 공무원들의 신뢰가 여전히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3]성인지예산서 작성에서 지표 이해도
성인지 예산에 대한 교육과 컨설팅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응답이 높았다. 그러나 현재의 컨설팅 방식은 거의 대부분 일회성 비대면으로 제한된 컨설팅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성인지예산서에 대한 부정적 의견들이 전반적으로 많고, 심지어 본인 사업이 대상과제가 된 것은 적절했다는 수용도 역시 19.4%로 낮은 편이어서 실효성 있는 성인지예산서 분석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음은 성인지예산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강조되어야 할 사안에 대해 질문한 결과, 가장 평균이 높은 항목으로는 고위직 공무원의 이해와 시행의지라는 의견이 3.74점으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대상과제 선정과정의 체계화(체계적 운영)라는 의견이 3.69점으로 높게 나타났고, 전문가의 지원 및 컨설팅 활성화가 3.57점, 담당공무원의 의식변화를 위한 교육확대가 3.55점, 부서 간 효율적 업무추진체계 구축이 3.53점 순으로 나타났다.
[표 1] 성인지예산제도 발전을 위한 과제의 중요성 정도
단위: 점
구분 | 평균 |
---|---|
1) 고위직 공무원의 이해와 시행 의지 | 3.74 |
2) 대상사업 선정과정의 체계화(체계적 운영) | 3.69 |
3) 전문가의 지원 및 컨설팅 활성화 | 3.57 |
4) 담당 공무원의 의식변화를 위한 교육확대 | 3.55 |
5) 성인지예산서 작성결과와 예산편성의 연계 | 3.53 |
6) 부서 간 효율적 업무추진체계 구축 | 3.53 |
7) 성별영향분석평가와 성인지예산과의 연계 | 3.5 |
8) 인센티브 도입 | 3.47 |
9) 성별분리통계의 구축 | 3.47 |
10) 지방의회의 성인지예산서 심의 내실화 | 3.3 |
11) 안정적 제도정착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 | 3.12 |
12) 여성단체 및 시민단체의 성인지예산제도 모니터링 | 2.96 |
다음에서는 성인지예산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대안을 운영체계 정비, 내적역량 강화, 외부기관의 협력강화 등의 측면에서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성인지 예산서 대상과제 선정 단계에서 공무원들의 순응도가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상과제 선정에 있어서 충분한 검토와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며, 장기간 대상사업으로 선정된 경우 대상사업에서 제외하는 등 체크리스트를 개발하거나, 일정규모 이상의 예산사업이나 영향력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여러 차원의 대상사업 선정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새로운 사업의 편입을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과제 발굴 쿼터제를 적용하고 일정기간 이상 성인지예산서가 작성된 사업 중 성과목표 달성 등 교체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성평등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사업의 분석이 필요한지를 판단하여 대상사업 선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예산서 작성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성주류화 제도는 성평등 가치에 대한 이해와 인식변화를 전제로 하고 있는 제도이고, 성인지적 관점이나 성평등 문화 확산 등 형평성이라는 가치에 대한 공감이 낮을 경우 제도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높을 수 있다. 따라서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해서는 다양한 성주류화 제도의 연계 수행이 필요하다. 그러나 성인지 예산제도가 성별영향평가와 연계되어 운영됨으로서 담당공무원들의 업무 과중이나 피로도가 가중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담당공무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성과평가와 연결해 볼 수 있는데, 제도 수행 자체를 성과평가 지표로 설정하거나 성과목표 달성 시에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성과평가에 반영한다면, 성주류화 제도에 대한 거부감을 줄 일 수 있고, 성인지예산제도의 성과를 제고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첫째. 성주류화 관련 교육 확대를 통해 담당공무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성인지예산서 지표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면, 작성에 대한 불만과 고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성인지 예산서는 성인지적 분석에 초점을 두어 수행되는데 성별 수혜자 분석이나 원인분석 등을 위해서는 대상사업 작성공무원의 성인지적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인지 예산서 작성 시 성별 수혜분석이 어렵다는 의견이 35.2%이고 성별격차 원인분석이 26.8%, 성평등 기대효과 작성이 어렵다는 의견이 21.1% 순으로 나타나, 대상사업 담당자가 자신의 사업수혜자에 대한 성인지적 판단이 전제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형식적으로 작성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성인지 관점에 대한 교육을 기본으로 성별영향평가 교육, 성인지 예산 교육까지 체계적으로 연계하여 이수할 수 있도록 성주류화 관련 교육과정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성인지예산서 작성 과정에서 성과목표 설정 및 원인분석 단계에서 컨설팅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업담당자들은 경제성이나 효율성, 효과성이라는 성과지표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성인지적 관점이라는 형펑성과 같은 서로 다른 행정가치가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인지예산서 작성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이 제공되어야 하는 것 외에도, 각각의 지표나 항목 작성에 있어서 성인지적 가치기준을 명확히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에 손쉽게 컨설팅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일회성 비대면 컨설팅이 아니라 다회성 대면 컨설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첫째, 성인지 예산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서는 조례의 제정과 의회 감시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의회는 지방정부의 예산안 의결, 결산의 승인 등 예산과 관련한 많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조례제정을 통해 법적 근거도 강화할 수 있어 성인지예산제도 정착에 견인차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성인지예산제도의 목적은 성평등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예산서 작성을 통해 해당 사업의 성인지적 집행을 유도하는데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의회에 제출하는 예산안의 첨부서류로서의 법적근거가 공무원들의 성인지예산서 작성의 실행에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조례 제정 등 법적근거를 강화하고 의회의 감시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 성인지예산서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라 할 수 있다. 강원도는 2020년 관련 조례 제정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조례안에는 성인지예산제도의 실효성과 예산집행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방편으로 중점관리 사업에 대한 사안, 컨설팅 지원 강화, 사업선정 위원회 구성 등 내용이 담겼으나 현재 미처리 된 상태이다. 따라서 조례 제정을 통한 법적 근거 강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속적인 모니터링 확대 및 거버넌스를 제도화하여 시민참여의 영역과 관심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주민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시민사회의 관심이 행정편의적인 예산편성과 집행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거버넌스를 통해 성인지 예산서 대상 과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해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중요과제나 성인지예산제도를 통해 지정된 중점관리사업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한다면 괄목할만한 정책성과와 관심제고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주민참여예산제도와 연계를 위해 위원들을 대상으로 성인지예산제도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위원들의 참여와 관심을 제고한다면 성인지예산과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